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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시장의 ‘게임체인저’ 될 새로운 배터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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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자동차의 성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 설계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Pxhere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 불린다. 기존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 배터리는 전자가 이동하는 전해질로 액체 물질을 사용한다. 하지만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 소재로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 받는다. 일본이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를 필두로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를 설계했다. 황화물계 전해질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성능 한층 높일 전고체 배터리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배터리 내부를 채우고 있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기 위한 분리막이 있는 구조다. 외부 충격이나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팽창 등 배터리 손상이 발생했을 때 액체 전해질이 새고,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기기에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이나 장치가 추가로 투입된다. 반면,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 양극, 음극, 전해질 그리고 양극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화재 위험이 높아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되려면 현재의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배터리의 개수를 늘리는 것.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고체 배터리로 바꿀 경우 안정성 관련된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물질을 채울 수 있다. 즉, 부피 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용량을 높여야 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최적이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는 고분자계, 산화물계,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3가지 형태에 대해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중 선두 주자는 일본의 도요타 등이 주력으로 하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다. 도요타는 2027년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강기석 서울대 이차전지 혁신연구소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높은 이온전도도, 높은 전기화학적 안정성과 기계적 변형성을 가진 고체 전해질 소재 개발이 필수”라며 “지금까지 개발된 황화물 및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높은 이온전도를 보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필수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 새로운 염화물 고체 전해질 개발
강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기존 고체 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팀이 주목한 것은 염화물 고체 전해질이다. 염화물 고체 전해질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높은 이온전도도와 기계적 변형성, 고전압 등 우수한 특성을 두루 갖췄지만, 경제성이 떨어져서 뒷방 신세였다. 이트륨, 스칸듐 등 비싼 희토류의 금속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금속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르코늄 원소를 활용하여 합성하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염화물 조성에 비해 이온전도도가 낮고, 합성 방법에 따라 이온전도도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원인을 찾아야 했다.

▲ 연구진은 고체 전해질의 각 층에 금속 이온이 많거나 적으면 이온의 이동을 방해함을 규명하고, 이온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설계법을 제안했다. ⓒScience

강 교수팀은 염화물 고체 전해질 설계에서 전해질 내 금속 이온 배치에 따른 이온전도의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고체 전해질에서 이온은 금속(양이) 결정체 내에 형성되는 공간 사이사이를 점프하듯 이동한다. 강 교수팀은 금속 이온이 인접해 존재할 경우 정전기적 발발력에 의해 리튬 이온의 이동이 제한되고, 금속 이온의 점유율이 너무 낮으면 도리어 경로가 좁아져 이동이 방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금속 이온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최적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전해질의 각 층에서 금속 이온이 0.444개 이하, 0.167개 이상이어야 충분히 넓은 이동 경로를 확보하며 반발력에 의해 고립되는 리튬 이온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이 설계 전략을 기반으로 지르코늄 기반 고체 전해질을 합성한 결과 우수한 전도성을 가진물질을 합성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과 함께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에서 안톤 반 데르 벤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UC산타바바라) 교수는 “유망한 물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확한 설계 원칙을 제시한 연구로 전고체 배터리 상업화에 기여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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